첫 번째 이야기는 입학(立學)식입니다. 창원자유학교는 졸업장이 있는 학교가 아닙니다. 한 학년을 마치고 나면 수료증을 주기는 하지만 그 수료증이 졸업장처럼 공식적인 가치를 가지지 않습니다(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졸업장보다 학생마다 다른 내용을 담아 훨씬 정성스럽게 만듭니다). 그래서 입학식도 이름을 달리 했습니다. ‘입학(入學)’이 아니라 ‘입학(立學)’입니다. 입학(入學)이 ‘(공부를 할 목적으로) 학교에 들어감’의 뜻이라면 입학(立學)은 공자님 말씀에 나오는 ‘입지(立志)’를 약간 변형한 것입니다. 나이 서른에 뜻을 세운다는 그 말 있지 않습니까? 서른은 아니니 입지(立志)는 아니고, 입학(入學)이라는 말을 대신해야 할 말은 필요하고……. 일단 졸업이 없으니 입학(入學)은 아닙니다. 입지(立志)는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말이 ‘입학(立學)’입니다. 창원자유학교에서 1년 동안 ‘배움의 참된 의미를 세운다’라고 제 나름대로 의미를 붙였습니다. 아마 이 사실은 입학(立學)식을 준비한 학생들도 잘 몰랐을 겁니다. 물어보질 않더라고요(한 명이 물어봐서 그 한 명에겐 대답해 줬는데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한 일은 ‘입학(立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까지입니다. 나머지 일들은 학생들이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물론 교사들도 뒷바라지는 해야 했습니다. 입학(立學)식은 대략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입학(立學)식 진행도 학생이 했고, 스태프도 학생들이 맡았습니다. 무대 공연도 준비했습니다. 한 번쯤 해 보았던 일을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았던 일에 처음 도전해 보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영상을 찍고 편집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솜씨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영상이 재미있었습니다. 맞춤법에 어긋난 자막이 좀 보이긴 했지만 모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입학(立學)식 공간을 꾸미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었습니다. 애국가를 트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었습니다. 컴퓨터와 빔 프로젝트를 조작하는 것도 학생들이 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까지 학생들이 챙겼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었지만 교육감님까지 함께하시는 입학(立學)식이었습니다. 방송 카메라도 지켜보는 입학(立學)식이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떨렸을 겁니다. 난생 처음 사회를 보는 학생은 더 떨렸을 겁니다. 보통 입학(入學)식이라고 하면 긴장하거나 긴장한 척하며 바른 자세로 서 있는 것이 전부인데, 창원자유학교 입학(立學)식은 학생들이 입학(立學)식 전체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오히려 큰일이 나는 상황이었지요. 중간중간 이어진 공연 무대는 소박했습니다. 어색한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고, 실수도 있었습니다. 프로는 아니니까요. 2부의 퀴즈 진행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엉뚱해서 더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밝히는 한 해의 각오 한마디에는 솔직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입학(立學)식 말미에 학부모님들의 격려 말씀도 좋았습니다.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2시간이면 짧은 시간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2시간 내내 학생들은 입학(立學)식의 주인공이었고, 진행자였고, 도우미였습니다. 입학(立學)식 공간의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학생들이 다했습니다. 올해도 입학(立學)식은 학생들이 합니다. 더 낫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더 낫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올해는 올해 나름대로 학생들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입학(立學)식이면 족하다는 뜻입니다. 입학(立學)식 영상에 수료증을 받지 못하고 떠나간 학생들과 학부모님이 보입니다. 올해에는 입학(立學)식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수료식 영상에 모두 다시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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