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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자유학교 영상 (6) 행복마을학교 수업
작성자 진영욱 등록일 2019.02.21
Internet Explorer에서만 실행할 수 있는 동영상입니다.

창원자유학교는 4층, 행복마을학교는 1층과 2층입니다.

행복마을학교 수업은 창원자유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는 수업입니다.

창원자유학교가 행복마을학교를 만난 것은 정말 복스런 일입니다.

행복마을학교 수업은 직접 체험해야 그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글로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대신 창원자유학교 수업 전반에 대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좀 길지만 읽어보시면 창원자유학교 수업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리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오전 수업은 보통교과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국어, 영어, 통합사회(수요일 오후에 진행됐습니다), 한국사, 수학이 하루 2시간씩 진행이 됩니다.

교과서는 따로 없습니다.

모두 다른 고등학교에서 모인 고등학생들이니 교과서가 있어도 다 다른 교과서입니다.

수업 시간은 일반 학교의 딱 절반입니다.

수업을 다르게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간의 편차도 학생 수에 비해 엄청 컸습니다.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중간층이 많이 약했습니다.

16명이나 13명이 아니라 160명이나 130명을 한 교실에 앉혀 놓고 수업을 한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성적까지 내야 하는 수업입니다.

점수에 석차에 등급까지 나와야 하는 수업입니다.

그리고 1년 뒤 원적교로 돌아갔을 때도 계속 배워야 할 교과들입니다.

학생들도 지난 9년간 배워오던 과목입니다.

교사도 학생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진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교과들입니다.

그 모든 것들이 부담이 되면서도 창원자유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수업이 돼야 한다는 게 늘 고민이었습니다.

좀 다르게는 했지만 정말 특별하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교과 간의 연계가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국어는 국어대로, 영어는 영어대로, 수학은 수학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한국사는 한국사대로 진행되는 수업이 아니라 국어와 영어가 얽히고, 사회와 수학이 어우러지고, 한국사와 다른 어떤 과목이 만나는 수업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두 시간의 교과수업이 끝나고 나면 묵학 시간이 이어집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혼자서 조용히 원하는 공부를 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본래의 취지였던 수업입니다.

함께하는 공부 못지않게 혼자 하는 공부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획된 수업이었습니다.

혼자서 책을 봐도 되고, 명상을 해도 되고, 음악을 들어도 되고, 필요하다면 편안한 휴식을 취해도 되는 수업을 생각했습니다만 휴대전화의 힘은 너무나 강력했습니다.

게다가 제도권 내의 학교이다 보니 꼭 이수해야 할 과목이 더 있었습니다.

예체능 교과였습니다.

차라리 국영수는 창원자유학교에서 덜 이수해도 졸업할 때까지 이수해야 할 이수 단위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워낙 일반 고등학교에서 해당 교과 수업을 많이 하니까요.

오히려 예체능 교과가 졸업할 때까지 이수해야 할 이수 단위를 채우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교육과정에 규정된 최소 이수 단위에 가깝게 예체능 교과의 교육과정을 편성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묵학 시간을 예체능 교과를 중심으로 활용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제약 아닌 제약(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는 뜻입니다)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묵학 시간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시간을 준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과연 학생들에게 시간을 선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진행하는 묵학 시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함께 운동을 하고,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처음의 뜻은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오후에 진행될 개인프로젝트팀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대안교과까지 고려해서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좀 더 알찬 시간 선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후에는 좀 더 학생들의 활동이 많이 필요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점수나 석차나 등급을 내지 않는 수업들입니다.

행복마을학교 수업과, 일반 학교에서는 교양교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일이 거의 없는 심리학과 철학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거기에 올해는 개인프로젝트팀프로젝트로 바뀐 자유탐구프로젝트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행복마을학교 수업은 행복마을학교에 개설되어 있는 과목 중에서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올해는 제빵, 요리, 방송, 도예 수업이 1학기와 2학기 모두 개설되어 진행되었고, 적정기술과 상상경제는 1학기에, 업사이클링 수업은 2학기에 개설되어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활동한 결과물들이 바로바로 나오는 수업이라 학생들의 만족도는 전체적으로 높았습니다.

심리학은 1학기에 회복적 생활교육을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철학 수업은 2학기에 비폭력대화 특강과 회복적 생활교육의 수업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되 좀 더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려고 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생각하고 많이 표현하는 수업이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수업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탐구프로젝트묵학과 함께 학생들에게 시간을 선물한다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수업인데, ‘묵학보다는 좀 더 활동적이고 학생 간의 협력이 필요한 수업이 진행되기를 바랐던 수업입니다.

학생들 중에는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과연 저래도 되나 싶은 걱정을 낳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시키는 공부에만 익숙해진 학생들이 자신이 기획하고 책임지는 공부를 할 능력이 갑자기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건 변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했습니다.

올해는 좀 더 스스로 선물한 시간들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쪽으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자유를 선물하는 기본 바탕이라는 생각은 유지해 갈 것입니다.

 

오전에 이루어진 수업이 보통의 고등학교에서도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과를 보통의 고등학교와 다르게 진행한 수업이라면 오후에 이루어진 창원자유학교의 수업은 보통의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수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업에 대한 교사의 학생의 관점이나 자세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오전에 진행된 보통교과 수업에 대해 전체적인 평을 해 보겠습니다.

점수와 석차와 등급이 있는 데다가 원적교로 돌아갔을 때 학생들이 계속 배워야 할 교과들이기도 합니다.

고교자유학년제 학교라는 학교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학력 인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수업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교과의 본질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어쩔 수 없이 점수 위주로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 창원자유학교에서만이라도 해당 교과들의 본질적인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한국사를 왜 공부해야 하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느낄 수 있다면 학생들이 이후에 훨씬 자발적으로 해당 교과의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전에 이루어진 수업이 교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하던 수업을 다르게 시도해 보는 수업이었다면 오후에 이루어진 수업은 교사 입장에서도 처음 해 보는 수업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수업이라는 부담이 있긴 했지만 경쟁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이 더 중요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처음 해 보는 수업이라 학생들 개개인의 성장에 좀 더 치밀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건 교사가 성장해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편 학생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원적교에 돌아가면 다시 할 수 없는 수업들입니다.

경쟁적인 평가가 없기 때문에 학생의 자발적인 호기심과 활동이 중요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수업이긴 했지만 한 번의 기회밖에 없는 수업이라 그 수업을 통해 좀 더 많이 성장했으면 하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자발성이 그렇게 쉽게 길러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종종 했습니다.

다양한 경험 못지않게 깊이 있는 경험도 중요했습니다.

전체적인 틀은 잡혔으나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맡겨진 시간에 대해서는 관심과 간섭 사이에서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창원자유학교에서의 수업은 학생들만 성장하는 수업이 아닙니다.

교사들이 같이 성장해야 학생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수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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